RUNWAY

08 18 2016

 

 

 

 

군 전역 후, 7~8여 년간 지속해 오던

랩을 그만두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시기.

 

막상 서울로 상경했지만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때 문득 비트메이커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당시 힙합 씬에서 비트메이커는 정말 귀한 존재였다.

 

항상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고 싶어 했던

나의 성향도 이 선택에 한몫했을 것이다.

 

사실 음악적 경험이라고 해봐야

기타 코드 몇 개를 치거나 랩 작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녹음 과정에서 DAW와 친숙해져 있었고,

유튜브에서 외국인들이 올린 MIDI 관련 강의를 보며 기초를 쌓아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비트메이킹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처음 비트를 만들 때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음악을 만들어야 할까?"였다.

 

평소 즐겨 듣던 XXYYXX의 'About You'와

FRNK라는 프로듀서가 Kim Ximya와 함께 작업한

XXX의 'KYOMI' 앨범은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이들의 음악은 신선하면서도 독창적이었고,

나 역시 그런 비트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발망(Balmain)의 런웨이 영상을 보게 되었다.

 

어두운 공간에 한 줄기 빛처럼 늘어진 런웨이 위를

모델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당당히 걸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시선을 받으면서도 자신감 넘치게 걸어가는 모습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 장면은 곧 나의 첫 곡 Runway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Runway는 내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믹싱은 엉망이고,

지금 들어보면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초보적인 작업물일 뿐이다.

 

하지만 이 곡은 내가 처음으로 만든 비트이자,

음악에 대한 열정을 실현한 첫 결과물이었다.

 

특히 자존감이 무너질 때면 이 곡을 다시 듣는다.

묵묵히 걸음을 내딛던 런웨이 속 모델들의 모습처럼,

나도 당당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해 준다.

 

Runway는 나 자신을 재발견하게 만든 곡이자,

나의 비트메이커 여정을 시작하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다.

 

지금은 비트메이킹에 있어 더 많은 기술과 경험을 쌓았지만,

가끔 초심을 잃을 것 같을 때면 이 곡을 꺼내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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