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군 전역 후 트렌드를 놓쳐버린 뒤로
그간 7~8여 년 가까이해 오던 랩을 그만두어야겠단 생각을 할 때쯤
막상 상경한 서울에서 내가 랩을 그만두고 무얼 해야 하지 라는 생각과 함께
문득 비트메이커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당시 힙합씬에선 비트메이커가 굉장히 귀했기에
늘 항상 남이 가지 않는 길로만 가려는 성향이 이에 한몫을 했고
음악이라곤 그저 간단한 코드나 깔짝 치는 정도의 기타와 랩 작사 밖엔 없었지만
그간 녹음을 하며 daw와 친숙했던 덕에
외국인들이 올려둔 midi에 대한 유튜브를 보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처음에 나는 "어떤 음악을 만들어야 하지?"라는 깊은 고뇌에 잠겼고
당시 평소 즐겨 듣던 XXYYXX 라는 아티스트의 About You(Youtube)라는 곡과
당시 힙합씬에 혜성처럼 등장한 FRNK라는 프로듀서의
Kim Ximya와 함께한 XXX의 KYOMI(YT) 앨범에 많은 영향을 받고
이들과 같이 신선한 느낌의 비트를 찍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발망의 런웨이 영상을 보게 됐는데
새까만 공간 속 한줄기의 빛처럼 늘어진 길 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들의 당당한 모습을 닮고 싶었던 마음에 첫 곡으로 쓰게 된 Runway
지금 들어보면 믹싱도 처참하고 엉망진창이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만든 비트이기도 하고
한 번씩 자존감이 무너졌을 땐 이 곡을 들으면 나름 걸을 때마다 당당(?)해지기도 해서
요즘에도 가끔 생각이 나면 듣곤 하는 곡..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