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까지 느꼈던 긴장감은 나를 꽉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입술마저 바싹 말라버린 상태로 잠이 들었지만,
공연 당일 아침이 오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새벽을 맞이했다.
그러나,
"목도 풀고, 조금이라도 연습할 시간이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하루였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주차장에 가서 차를 가져오고,
장비를 싣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함께 무대에 설 다빈을 태우고 공연장으로 가기로 했기에
전날까지도 리허설 시간에 늦지 않으려
완벽한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을 빠져나가는데 걸린 한 시간..
그리고 차창 밖으로 내리기 시작한 눈..
그 순간, 공연 제목을 '소복소복'으로 지었던 나 자신을 원망하며
"정말 눈까지 내릴 일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공연장에 도착했지만,
그곳에서 나를 반겨준 건 입구에 걸린 예쁜 포스터였다. 😍
포스터를 보는 순간 마음 한구석에 따뜻한 기운이 번지며,
그제야 정말 오늘이 공연날이라는 실감이 났다.
미리 와 계셨던 예나님은
공연장을 너무도 예쁘게 꾸며놓으셨다.
정말 많은 준비를 하셨을 텐데,
혹시 혼자 고생하신 건 아닐까 싶은 마음에 괜히 미안했지만
그런 동시에 든든하고 감사한 마음이 차올랐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서자,
관객분들을 위해 준비된 음료와 간식이 눈에 들어왔다.
이 모든 것을 준비해 주신 예나님 덕분에
왠지 모르게 벅찬 감정이 올라왔다.
'절대 실수하면 안 돼.'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리허설을 시작했다.
하지만 순조롭지 못한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원래 오시기로 했던 엔지니어분이 일정이 생겨 공연 당일 참석하지 못했다.
결국 다른 분이 급하게 현장 엔지니어를 맡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리허설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말았다.
총 7곡을 준비했지만,
그중 한 곡도 제대로 맞춰보지 못한 채 리허설을 마무리해야 했다.
공연을 앞두고 준비된 곡들을
하나하나 점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자
초조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예나님이 출연진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해 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들 시간이 없기도 했고,
공연을 앞두고 공복이 더 낫다며 식사를 거르겠다고 했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지만,
다빈을 붙잡고 "한 숟갈만 뜨자"며 같이 식사를 받아 들었다.
푸드코트로 향하는 길,
방금 전까지만 해도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막상 음식이 눈앞에 놓이자 그런 생각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멘트를 어떻게 할지 물어보는 다빈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허겁지겁, 마치 걸신이라도 들린 듯 식사를 해치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빈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아마 긴장한 탓에 허기가 졌던 모양이다.
본 공연이 시작되었고,
긴장한 탓에 모든 무대를 망치고 있었다.
호흡이 꼬이고, 실수가 이어졌다.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무대 위에서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 들 때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솔로곡을 부르는 타임이 왔다..
혼자 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긴장이 수십 배는 커졌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더 편해졌다.
어떻게든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그냥 부르자고 생각했더니,
처음으로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야 객석에서 들려오는 박수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무대를 마쳤다는 것, 그리고 이제야 긴장을 놓아도 된다는 것.
이윽고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 버거웠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연은 잘 마무리 되었다.
완벽하진 않았고,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그래도 나에게는 처음으로 음악의 길에 한 발 내디딘 소중한 순간이었다.
이날 느꼈던 아쉬움은
다음 공연이나 음반을 준비하면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오늘의 부족함까지도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겨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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