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이 생겨 당산역으로 향하던 길,
시간이 애매하게 붕 떠버렸다.
뭘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내비게이션에 뜬 한강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저녁시간이라 주말임에도 주차장은 꽤 여유로웠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비릿한 한강 냄새와 자연의 냄새가 묘하게 어우러져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주차장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었는데,
맥주 한 캔과 한강 라면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저녁 약속이 있어 배가 고팠던 나는
잠시 유혹에 흔들렸지만, 참아내느라 애를 썼다.

늘 여의도 한강공원만 방문했던 터라 그런지
한참 뻥 뚫린 한강이 보고 싶어
여기저기를 천천히 걸어 다녔다.
그러다 발견한 강 쪽으로 이어지는 양갈래 길.

조명이 하나도 없는 어두운 길은
순간,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인가?'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눈에 띈 뱀 출현 지역이라는 경고문…
어쨌든 못갈길은 아니었기에
호기심에 조금 더 들어가 보기로 했다.

길 끝에 낚시하는 분들이 보였고,
그 옆에 우연히 발견한 빈자리.
한강을 눈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
마치 나만 알고 싶은 한적한 공간이었다.
돌 위에 조심히 앉아 한참을 강물 소리와 전철 소리를 들었다.
한강의 잔잔한 물결과,
그 뒤를 배경 삼아 오가는 전철의 리드미컬한 소리가
묘하게 잘 어울렸다.
그 순간이 너무 평화롭고,
가벼운 행복이 밀려왔다.
하지만 약속 시간이 다가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했던 소소한 행복을 찾은 하루.
그 덕분에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 기분이었다.
더 추워지기 전에,
기타를 들고 다시 이곳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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